라마다 속초, 블레저 감성으로 재구성한 힐링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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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다 속초, 블레저 감성으로 재구성한 힐링 여행

속초에서 만나는 감각적 힐링의 재발견 – 호텔 라마다 속초가 구현한 ‘블레저’ 문화의 감성 전략

팬데믹 이후 삶과 일의 균형을 추구하는 ‘웰니스’와 ‘블레저(Bleisure, 비즈니스+레저)’ 트렌드는 단순한 여행 형태를 넘어 현대 도시인의 삶의 질을 재정의하는 문화적 모색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호텔 라마다 속초가 선보인 여름 시즌 맞춤형 프로그램은 이러한 시대적 감수성을 감각적으로 반영하며, 휴양의 공간을 감성적 경험의 장으로 전환하는 흥미로운 실천이다. 이 글은 힐링 요가부터 SNS 이벤트, 가족·연인 대상 패키지까지 다채롭게 구성된 라마다 속초의 프로모션을 통해, 여행이 어떻게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적 정체성을 재구성하는지를 분석한다.

도시 탈출 이상의 경험 – ‘요가’가 제공하는 치유의 의례

라마다 속초가 운영하는 ‘힐링 요가(Healing Yoga)’ 프로그램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자기 성찰과 재충전의 의례로 기능한다. 대포항의 청량한 바다를 배경으로, 아침 7시 30분부터 펼쳐지는 이 프로그램은 스트레칭, 아사나, 명상, 해독 주스와 같은 요소로 구성되며, 일상을 살아내는 몸을 다시 들여다보는 문화적 실천으로 자리한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언급한 ‘자기 돌봄의 윤리ethics of care of the self’ 개념처럼, 요가는 더 이상 엘리트 문화가 아닌 일상 속 심신 회복의 자발적 실천으로 대중화되고 있다. 특히 호텔이라는 상업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이 프로그램은 혐오스러울 수 있는 관광 상업주의에 대한 대안적 대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SNS 이벤트, 현대의 집단 참여 예술인가?

라마다 속초의 인스타그램 팔로우 이벤트 또한 단순한 마케팅 활동이라 보기엔 아까운 디지털 시대의 참여형 문화 실험이다. SNS 속 해시태그, 팔로우, 태그 문화는 개인적 경험을 공동체적 경험으로 확장시키는 의례적 장치며, 이는 개별 여행이 ‘타인과의 연결을 욕망하는 소통 행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술사회학자 보리스 그로이스는 현대 예술의 핵심을 ‘관객 참여’로 보았듯, 이러한 디지털 이벤트는 관광객을 받아들이는 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확장된 예술적 플랫폼으로 읽을 수 있다.

패키지의 진화 – 기념품이 아닌 경험을 판매하다

가족과 친구, 연인을 위한 다양한 여름 패키지 구성은 이제 브랜드가 단순히 ‘공간을 빌려주는’ 기능을 넘어, 기억을 디자인하고 정체성을 형성하는 큐레이터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비치타월과 티니핑 캐릭터 생수 같은 상품의 조합, 객실 업그레이드와 늦은 체크아웃 등의 세심한 고려는 ‘상품성’을 넘어 문화적 매개체로서의 여행 경험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특히 ‘더 트리플 스테이’ 패키지의 구성은 시각적 풍경이 존재론적 안식처로 변모하는 체험의 전환을 선사한다.

공간의 재정의 – 호텔이 예술 공간이 될 수 있을까?

20층 556개 객실 규모의 라마다 속초는 숙박 시설로서의 기능을 넘어, 이제 응시의 미학을 구현하는 전시적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포항과 동해를 아우르는 바다 전경은 ‘풍경 보기’라는 부르주아적 감상의 유산을 재현하는 동시에, 오늘날 ‘SNS 인증샷’이라는 이미지 소비 행위로 전환되어 경험된다. 이는 향유의 방식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어떻게 각색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문화적 여운의 연장선상에서 우리는 묻는다. "호텔 공간은 과연 현대인이 욕망하는 ‘배송 가능한 감성’의 총집합일 뿐일까?" 라마다 속초가 추구한 프로모션의 방향은 이에 대해 복합적으로 응답한다. 숙박, 휴양, SNS 소통, 감성 소비가 얽힌 이 복합적 경험은 포스트 팬데믹 시대 여행의 재구성이자, 일상과 이탈의 경계를 재조정하는 시도다.

이제 문화 향유자는 이런 체험을 단순히 ‘이용’하는 소비자로 머무르지 않고, 자신만의 비평적 시선을 갖춘 문화 생산자로 거듭나야 한다. 이번 여름, 속초를 방문한다면 해당 요가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해보고, SNS 이벤트에서 ‘해시태깅된 예술 경험’을 사유하며, 각기 다른 패키지를 통해 어떤 감성이 기획되었는지를 주체적으로 분석해보자. 여행은 대개 잠시의 이탈이지만, 문화는 그 이탈이 남긴 흔적을 해석하는 지속적인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