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감기’로 오해하면 안 되는 홍역, 백신 불신의 시대에 우리가 지켜야 할 집단면역의 마지막 선
최근 미국 텍사스에서 발생한 762건의 홍역 유행은 단순히 한 지역의 일시적인 감염 사태로 끝나지 않았다. 감염은 국경을 넘어 캐나다, 멕시코 등으로 확산되며 다시금 전 세계 보건 당국의 경고 사이렌을 울리고 있다. 우리가 과거의 감염병으로 알고 있던 홍역은 지금 이 순간에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치명적 전염병’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이 글은 단지 홍역이라는 병에 대한 경고를 전하려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백신 선택이 결국 공동체의 생명 안전망을 결정한다는 점, 그리고 과학과 신뢰가 무너질 때 어떤 위험이 도사리는지를 경고하는 보건 사회적 성찰을 제안한다.
집단면역이 무너지면 가장 먼저 아이들이 희생된다
2025년 텍사스에서 발생한 홍역 감염자 중 백신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이는 고작 21명. 전체 감염자의 97% 이상이 미접종자였으며, 감염된 이들 중 67%가 18세 미만, 특히 30%는 5세 미만의 어린아이들이었다. 백신을 맞지 않는 것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낮은 접종률은 지역사회의 ‘면역 울타리’를 붕괴시키며,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와 면역저하자들을 감염의 최전선으로 몰아넣는다. 특히 홍역 바이러스는 공기 중 전파력을 지니며, 한 명의 감염자가 수십 명에게 동시에 전염시킬 수 있다.
홍역은 감기가 아니다 – 후유증과 사망률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홍역 미접종자의 약 20%가 입원 치료를 받으며 1,000명 중 1~3명은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 홍역은 단발성 고열과 발진을 남기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청력 손실, 뇌염, 인지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으며, 임신 중 감염 시 유산과 선천성 장애 위험도 증가한다. 일상 속에서 ‘감기처럼 지나가나 보다’ 하는 오해가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우리는 이미 과거 감염병의 역사를 통해 알고 있어야 한다.
백신 불신이 낳는 전 세계적 보건 위기
이번 텍사스 유행 사례는 몇몇 가정의 백신 거부가 얼마나 드라마틱한 확산 경로를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WHO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가장 위협적인 감염병 요인은 백신 회피”라고 명시하며 국제사회에 경고했다. 과학에 기반한 공공보건 체계는 구성원 모두의 신뢰와 협력 위에 서 있다. 불확실성과 불신이 접종 포기를 낳고, 그 결과는 국제적 감염 확산이라는 형식으로 다가온다. 특히 여행이 자유로운 현대 사회에서 국지성 감염은 곧 글로벌 팬데믹의 전조다.
백신은 근거 없는 불안보다 강력한 과학적 선택이다
MMR 백신은 1963년 도입 이후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한, 과학적으로 검증된 공중보건 무기다. 과거 홍역 감염자가 매년 50만 명에 달하던 미국은, 대중적 백신 보급 이후 2023년 단 47건으로 감소하며 백신의 효과를 명확히 증명했다. 자폐증, 수은 중독 등 여러 우려는 과학적 근거 부족으로 입증되지 않았으며, 국내외 방역 기구에서 이미 백신의 안정성과 효능을 반복적으로 확인한 바 있다.
이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대로 20년 뒤, 우리의 건강 수명은 과연 유지될 수 있을까?” 신뢰와 공공선, 그리고 과학이 무너져가는 지금, 이 질문은 점점 절박해지고 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적 대응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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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접종 스케줄 점검: 질병관리청과 보건소 사이트를 통해 국가 지정 예방접종 일정을 확인하고 반드시 준수한다. 특히 MMR 백신은 생후 12
15개월 1차, 만 46세 2차 접종이 필수다. -
성인 백신 접종 점검: 백신 접종력 확인이 어려운 성인의 경우 MMR 항체 검사를 통해 면역 상태를 판단하고 필요한 경우 재접종이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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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보육 기관의 방역 연계 강화: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에서 입학 전 MMR 접종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 지역사회 주체들이 예방교육을 일상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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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허위정보에 대한 경계 교육: 백신에 대한 왜곡된 정보 유통을 공동체 내에서 감시하고, 보건 당국이나 전문 의료기관의 공식 자료를 기준으로 삼는다.
건강은 더 이상 개인의 선택만은 아니다. 백신은 과학의 산물이자 공동체 보호의 가장 효과적인 무기이며,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면역의 방파제다. 앞으로의 감염병 시대, 다시 과학에 귀를 기울이고 실천하는 시민 양식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