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콘텐츠 피로, 건강 행동을 저해한다 – 공중보건 전문가가 제안하는 ‘디지털 정보 위생’ 전략
오늘날 정보는 넘쳐나고, 주의력은 줄어든다. 클릭 한 번이면 수많은 콘텐츠가 소비자 눈앞에 펼쳐지지만, 정작 ‘의미 있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런 정보 과잉 시대 속에서 건강·보건 커뮤니케이션조차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의료 콘텐츠도 '많이 보여지는 것'보다 '정확히 설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기업들이 사용하는 마케팅 개념 ‘BOFU(Bottom of the Funnel)’ 전략이 공중보건에서도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정보는 정밀하되, 사람의 ‘행동’을 이끌어야 한다. 건강 수명을 위협하는 생활습관병, 정신건강 위기, 백세시대 속 돌봄 부담까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정보만 늘리는 게 아니라, 정확한 ‘생활 변화’로 이끄는 콘텐츠 전략이다.
이대로 20년 뒤 우리의 건강 수명은 보장될 수 있을까? 넘쳐나는 건강 정보 속에서, 행동으로 이어지는 실천 전략의 부재가 오히려 국민 건강을 지연시키고 있다.
건강 콘텐츠, ‘협업과 데이터’를 잃으면 감동도 설득도 없다
많은 건강 캠페인이 전환율(실제 행동 유도)이 낮은 이유는 메시지가 '일방적'이기 때문이다. 의료진, 보건 당국,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시민 사회가 각자 따로 움직이면 정작 가장 중요한 시민의 ‘건강 결정 요인’ 분석이 누락된다. 제품 개발에서 각 부서 정보를 통합하는 마케팅처럼, 공중보건 콘텐츠 역시 지역 보건소의 현장 데이터, 건강보험 청구 통계, 정신건강 상담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제작해야 한다.
정확한 정보, 반복된 생활 패턴의 문제, 예방 가능한 질병의 주요 원인 등을 고려하지 않은 피상적 캠페인은 결국 '한국인의 건강 행동 변화'를 유도하지 못한다.
AI는 건강 메시지의 ‘속도’가 아니라 ‘내용’을 바꾸는 도구다
헬스케어에서도 AI는 단순히 콘텐츠 제작을 빠르게 하는 기술이 아니다. 고객 문의·민원·진료 기록 등에서 건강 우려를 AI가 구조화하면, 실질적 문제를 반영한 설득력이 증가한다. 예를 들어 지역사회에서 반복 출현한 환경 질환 민원, 영양 불균형이나 스트레스 관련 상담 패턴을 추출하면 더 구체적인 보건 대화 전략이 나온다.
의료기관 내부에는 건강 증진을 위한 수많은 인사이트가 매몰되어 있다. AI는 외부 통계를 붙이는 게 아니라, 내부 데이터를 분석해 '한국인의 건강 우선순위 지도(Health Theme Map)'를 만드는 데 활용돼야 한다.
효과를 ‘모니터링’ 하지 않으면 예방도 불가능하다
보건 캠페인의 성패는 콘텐츠 성과를 어디까지 추적하는가에서 결정된다. ‘걷기 챌린지’나 ‘금연 운동’처럼 수천 명이 참여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건강 행동을 얼마나 바꾸었는지를 계량하지 않으면 일회성 메시지로 끝난다. 건강 콘텐츠는 참여 후 변화한 행동을 데이터로 남겨야 개선이 가능하다.
웹사이트 클릭 수, 콘텐츠 노출이 아닌 실제 설문, 상담 유입, 지역 보건소 이용률 등 행동지표 기반의 평가지표가 필요하다. Google Looker Studio 같은 도구를 활용하면 건강 콘텐츠별 전환 효과를 시각화해 정책 개선에 활용할 수도 있다.
시작은 ‘작은 정보 정리’부터… 생활 속 실천 가이드
의료 마케팅이 강조하는 BOFU 전략처럼, 공중보건도 전환을 위한 실질 콘텐츠 구조화가 필요하다. 지금부터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실천 항목은 다음과 같다.
- 자주 접하는 건강 콘텐츠 중, 정확한 출처가 명시된 정보만 따로 정리해 보자.
- 가족 내 반복되는 건강 불안(스트레스, 만성 통증 등)을 정리하고 지역 보건소 상담을 신청해보자.
- AI 요약 도구(GPT 등)를 활용해 병원 진료 기록이나 검사 결과를 쉽게 이해하고 생활습관 변화를 계획하자.
- 건강 콘텐츠 성과를 추적·분석할 수 있는 대시보드(예: 워크북, 앱 추적기)를 개인 건강수첩으로 삼아보자.
건강 콘텐츠는 결국, 사람을 움직여야 한다. AI든 영상이든, 기술을 감싼 내용 안에 사람 본연의 욕구와 고민이 담기지 않으면 건강 행동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일수록, ‘무엇을 얼마나 정확하게 행동으로 연결하는가’가 진정한 헬스케어 전략이다. 지금 이 글을 읽은 여러분부터, 내 건강 메시지를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 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