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건강 불평등, 어떻게 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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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건강 불평등, 어떻게 풀까

사라진 여성 건강의 시간, 갱년기를 다시 말하다 – 건강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전문의의 실천 지침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여성의 절반 이상이 경험할 '갱년기'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침묵 속에 묻혀 있는 건강 이슈다. 하루 6,000명의 여성이 폐경기에 진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생물학적 전환기에 대한 체계적인 건강관리, 의료 접근성, 교육 등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 글은 갱년기를 통해 드러나는 건강 불평등과 정보 격차 문제를 조명하며, 개인과 사회가 함께 실천할 수 있는 행동 전략을 제시한다.

여성 생애 주기의 공백, 갱년기를 말하지 않는 사회

갱년기는 중년 여성의 삶의 질을 좌우할 건강 전환기임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이를 '사적 문제'로 치부하고 회피하고 있다. 2025년 포브스 조사에 따르면, 폐경 여성의 44%만이 의료진과 관련된 대화를 나눈 경험이 있으며, 주요 증상이 제대로 인지되지 않아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도 흔하다. 유명 여배우 할리 베리조차 갱년기 초기 증상을 성병으로 오진받았을 만큼, 의료 현장에서는 여성 생식 건강에 대한 기본적 대화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이대로 둔다면 갱년기는 단순한 호르몬 변화가 아닌, 사회가 외면한 건강 위기로 번질 수밖에 없다.

의료격차와 인식 불평등, 여성 건강을 위협하다

갱년기 증상은 인종, 사회경제적 배경, 문화적 태도에 따라 그 체감 강도와 정보 접근성이 현저히 다르게 나타난다. 포브스의 조사 결과, 백인 여성의 폐경 지식 퀴즈 정답률은 55%였던 반면, 아시아계 여성은 42%, 흑인 여성은 35%에 그쳤다. 이는 단지 교육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접근성과 의료진의 감수성 부족이라는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된 건강 불평등을 보여준다.

한국 역시 여성건강 정보에 대한 지역·계층 간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조기 진단의 지연, 치료 순응도의 저하,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침묵으로 사라진 여성의 성 건강

갱년기가 되면 여성의 성 건강은 더 이상 의료의 관심 대상이 아니다. 절반 이상의 여성이 성생활, 자위, 성적 쾌락 등에 대해 의료진과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있으며, 상당수의 의료진도 관련 주제를 회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성적 활동은 질 건조, 우울감, 수면 장애 같은 갱년기 증상 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킨제이연구소 등 국제 전문가들은 폐경과 성 건강에 대한 대화를 일상적 진료의 일부로 전환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여성의 성 건강은 가려야 할 영역이 아니라, 진료의 중요한 축이다. 수치심이 아니라 과학이 이를 다뤄야 한다.”

정책과 교육의 전환, 갱년기를 존중받는 시간으로

미국의 일부 의대는 갱년기를 전문 과목으로 채택하고,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고려한 치료 전략을 교육하기 시작했다. 이는 개인 맞춤 진료로 가는 필수 단계이자, 환자를 인구통계가 아닌 한 사람으로 존중하는 의료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탄이다.

한국 또한 여성 보건 분야의 예산 확대, 의료진 교육 강화, 지역사회 보건소 내 중년 여성 특화프로그램 운영 등 실질적인 정책 변화가 시급하다. 여성의 연령이 아닌 존재 자체를 존중하는 사회 구조 없이는, 건강 불균형 해소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일상을 지키는 실천 전략 –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갱년기는 늙어감이 아닌 새로운 신체 리듬의 시작이다. 그러나 이 시기의 건강은 방치하거나 스스로 숨긴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다음은 실천 가능한 행동 지침들이다:

  • 갱년기 증상이 의심된다면 즉시 산부인과나 내원 가능한 의료기관에서 상담을 받을 것
  •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찾아 배우고, 가족·직장 동료와 소통을 시작할 것
  • 지역 보건소 및 여성의원에서 운영하는 중년 여성 건강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할 것
  • 의료 종사자라면 여성 생식 건강 및 성 건강에 대한 문화적 감수성을 갖추고 대화 훈련을 받을 것

갱년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얼마나 이를 준비하고 이해했느냐에 따라 여성의 남은 40년 인생이 좌우된다.
지금, 당신의 건강을 지키는 첫 움직임은 '질문하고 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