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옵티마이제이션 강박 사회, 우리는 왜 ‘기록’에 집착하는가? – 빅토리아 시대 일기가 말하는 현대 자기계발 신드롬의 문화사적 기원

디지털 기술은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었다. 스마트워치는 심박수를 채집하고, 생산성 앱은 우리의 집중력과 수면 품질을 점수화하며, SNS는 매 순간의 ‘성장 서사’를 편집한다. 이른바 ‘셀프 옵티마이제이션(self-optimization)’은 단지 개인적인 습관을 넘어서, 하나의 문화적 강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 현상은 과연 현대, 혹은 디지털 기술에 의해 비로소 나타난 것일까? 역사학자 엘레나 메리는 이러한 물음을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상업용 일기장에서 찾는다. 그녀의 비평 에세이 「I Awoke at ½ Past 7」은 자기기록이라는 오래된 습속의 역사를 소환하며, 현재의 자기계발 담론을 깊이 해부한다.

‘자기 기술’의 유전자로서의 일기장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영국 중산층 시민들은 개인의 시간을 구조화하고 목표 지향적으로 살기 위한 도구로 ‘일기’를 선택했다. 이들은 감정의 자유로운 배출이 아닌, 자기 관리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 일기를 활용했다. 일정한 기상 시간, 공부한 시간, 기도한 횟수까지 철저히 기록되며 개인의 삶은 ‘계획 가능한 가장 대한민국적인’ 형태를 띤다. 미셸 푸코가 주장한 ‘자기 기술(technologies of the self)’이라는 개념은, 주체가 스스로를 형성하고 통제하는 매개로서 이러한 문서화된 노력을 설명할 수 있게 해준다. 오늘날의 캘린더 앱, 할 일 리스트, 자기계발 데이터는 사실상 그 연장선상에 있다.

불안의 시대, ‘진보’는 텍스트에 좌절된다

그렇다면,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이 기록들 속에서 진정한 성취를 느꼈을까? 메리의 분석은 오히려 그 반대를 지적한다. 낙관과 성공을 상징하는 진보주의 시대라 불리는 이 시기에도, 일기장 속에는 실패, 불안, 자기혐오 같은 감정이 끈적하게 남아 있었다. 엘리자벳 러드너의 연구 역시 이러한 ‘자기계발 이데올로기’가 실패에 대한 책임을 개인화하고 구조적 원인을 은폐하는 위험을 지적한다. 오늘날 SNS에서 종종 발견되는 ‘아침 루틴 영상’, ‘자기 전 독서 습관 공유’ 등이 우리의 자존과 비교우위를 자극하는 방식 또한, 일기장의 ‘탓하기 실천’을 되풀이하는 셈이다.

가속화된 자아: 필기에서 알고리즘까지

종이 위 펜으로 쓰는 일기와 자동완성 기능을 탑재한 디지털 플랫폼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전자는 느림과 불완전함 속에서 자아 인식의 ‘깊이’를 추구하지만, 후자는 빠르게 분석 가능한 지표를 통해 ‘자기 통제’와 ‘루틴화’된 자아’를 요구한다. 이는 폴 비릴리오가 지적한 기술에 의한 가속화(disappearance through speed)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데이터화된 삶에서는 사유의 여백이 지워진다. 우리의 자아는 통찰 대신 피드백 루프를 따른다.

사적인 기록인가, 수양의 연출인가

또한 흥미로운 점은, 빅토리아 시대의 일기 역시 결코 순수한 ‘사적인 기록’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누군가가 읽게 될지도 모른다는 의식 속에서, 일기는 자아의 연출 장치로 기능하고 있었다. 이 점에서 오늘날의 SNS 포스트—‘오늘 하루를 기록합니다’라는 표현은 이미 누군가의 시선을 염두에 둔 것이다—는 그 전통을 정교하게 계승한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지적처럼, 모든 텍스트는 권력의 편승과 저항의 운동이 공존하는 장 / 장치다. 개인의 기록은 늘 사회적 문법 아래 존재하며, 자아 형성은 항상 타인의 응시를 내면화한다.

‘기록’은 행위이자 저항이다

이러한 논의를 종합할 때, 현대의 셀프 옵티마이제이션 문화는 단순한 생산성 향상 프로젝트라기보다는, 특정한 사회적 욕망과 역사적 전통의 중첩이라 할 수 있다. 즉,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성과와 의미를 ‘요구당하고’ 있으며, 그 방식은 기술에 의해 더욱 날카롭고 초점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개입의 여지는 남아 있다. 기록을 서두르지 않고, 노출 대신 숙고에 가까운 방식으로 다시 ‘쓰기’ 시작하는 것이 하나의 작은 저항일 수 있다. 달리 말하면, 더 효율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더 충만하게 존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시기이다.

오늘 당신이 쓴 무엇이, 그 존재를 증명하고 있는가? 기록은 여전히,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가장 정치적인 사유의 도구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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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및 문화 실천 가이드:

오늘날의 자기계발 문화는 빅토리아 시대의 자기 기록 전통과 깊은 문화사적 연속성을 가진다. 기록은 자아 형성의 수단이자 사회적 억압의 구조를 내면화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수면 데이터를 분석하기 전에, 나는 어떤 문장으로 나를 돌아보고 있는가?

☑ 직접 체험하기: 국립현대미술관 혹은 지역 아카이브에서 ‘자기서사’, ‘기록 문서’ 관련 전시 혹은 문헌관 탐방
☑ 문화 실천: SNS 업로드 대신 일주일간 종이 노트에 하루를 기록하며, ‘완벽한 서사’가 아닌 ‘진짜 감정’의 흐름에 집중
☑ 담론 참여: 문화비평 온라인 포럼에서 내러티브 자아 형성에 대한 토론 주제로 참여하기
☑ 추가 읽을거리: 조안 디디온의 『우리는 왜 글을 쓰는가』, 푸코의 『자기 기술』 이론 관련 논문
☑ 사유 확장: 각종 자기계발 콘텐츠와 알고리즘이 유도하는 감정 구조를 의식화하며, '잘 사느냐'보다 '어떻게 존재하느냐'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깊게 쓴 기록은 당신의 가장 사적인 진실과 마주하게 만든다. 바로 거기에, 문화적 힘이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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