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 ‘북스 홀리데이’ — 도서관이 선사하는 오감의 예술 체험과 치유의 공간 재해석
12월, 도시가 조용히 안으로 수렴할 때, 금천구의 공공도서관들은 책장을 넘어선 예술의 무대로 거듭난다. 금천문화재단이 기획한 ‘북스 홀리데이(Books Holiday)’는 연말 특유의 따뜻한 감성과 함께, 도서관이라는 공간의 사회적 가치와 예술적 가능성을 정면으로 질문한다. 단순한 독서 프로그램이 아닌, 감각의 회복과 공동체적 감성의 소환을 아우르는 이번 행사는 우리가 잊고 지낸 ‘느낌의 계절’을 문학과 예술을 통해 버무려낸다. 그렇다면 이 섬세한 겨울 기획은 어떤 감동의 언어로 우리를 부르고 있을까?
문학과 꽃이 만나는 감각의 독서 — ‘크리스마스 다음날’의 시각적 공감
독산도서관에서 선보이는 ‘블루밍 페이지: 크리스마스 다음날’은 형태 없는 문장의 여운을 자연의 형태로 전이시키는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한라경 작가의 텍스트를 기반으로 참여자들이 직접 플라워 디자인을 제작하는 이 체험은 문학이 감성의 실천이자 손끝에서 피어나는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융합은 플로리스트리라는 자연 기반 미학과 텍스트가 만나는 복합 예술의 사례로, 예술교육의 통합적인 접근 가능성을 제시한다. "책을 읽고 꽃을 만든다"는 행위는 단순한 연계 체험이 아닌, 감정을 시각화하고 인간의 내면을 조형하는 감각적 독서의 확장판이다.
도서관은 가족의 놀이터 — 공동체 감각을 복원하는 '겨울 정원'의 서정성
가산도서관에서는 가족이 함께하는 예술 활동으로 ‘윈터 하우스 만들기’와 ‘겨울 정원’을 선보인다. 특히 ‘겨울 정원’은 도서관 내 작은 자연을 구현하여, 일상의 반복 속에서 잊힌 계절 감수성을 환기시키고, 손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체험을 통해 가족 간의 교감과 소통을 유도한다. 이는 도서관이 정서적 휴식처이자 창조적 공동체의 허브로 변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바쁜 일상에 밀려 단절된 관계 속에서, 문화는 다시금 ‘함께’라는 시간을 되찾는다.
도서관 속 공연예술 — 음악과 마술, 드로잉으로 완성되는 감각의 무대
금나래도서관이 펼치는 ‘힙독나래’ 시리즈는 도서관을 단순한 독서 공간에서 예술 경험의 플랫폼으로 전환시킨 대표적 기획이다. 월드뮤직, 샌드아트, 푸드 드로잉, 마술이 어우러지는 이 복합예술 공연은 “도서관이 예술을 읽는다”는 새로운 정의를 제시한다. 특히 12월 24일 열리는 반디(VANDI)의 공연은 도서관이라는 장소성과 만나며, 문학의 여운을 시청각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한 평론가는 이를 “텍스트가 공간을 만나 감각으로 전이되는 장면”이라 평하며, 도서관이 가진 장소 특정성과 문화 융합의 실험성을 높이 평가했다.
감정의 외화를 이끄는 창의적 놀이 — ‘작은도서관’의 시적 실험
공립작은도서관의 프로그램은 감정의 예술화 과정을 일상 속에 녹여낸 사례다. ‘감정 트리’나 ‘책갈피 트리’와 같이 참여자가 직접 창작에 개입하는 모델은 메타포와 기호를 통해 감정을 상징적으로 외화시키는 예술 행위에 가깝다. 특히 혼자 연말을 보내는 1인 가구나 심리적 고립 속에 있는 이들을 겨냥한 ‘겨울온기공방’은 자기 표현과 자아 회복을 위한 정서적 통로로서 기능하며, 문화복지의 새로운 모델이 된다. 이는 관심 기반 예술 활동이 어떻게 사회적 연결망을 재구성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책과 행운'이 만나는 가벼운 문턱 — 도서관 이용을 끌어올린 창의적 캠페인
‘책 빌리고 행운 받자’, ‘BOOK & LUCK’과 같은 이벤트형 대출 프로그램은 독서와 놀이, 심리 보상의 결합으로 도서관 접근성을 낮추는 전략적 문화기획의 모범이다. 특히 “책은 괴짜만의 것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담은 이 캠페인은 문화기회의 민주화를 구조화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문화접객의 틀을 제시한다. 문화 향유 장벽을 낮추고, 도서관 이용을 ‘즐거운 선택’으로 전환시키는 이 방식은 문화정책이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는 데 있어 얼마나 창의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북스 홀리데이’는 도서관이라는 공간의 재의미화를 실천하는 모델로, 도시의 문화적 깊이를 가꾸고 예술을 삶에 통합시키는 중요한 실험이다. 읽고, 만들고, 경험하면서 우리는 다시금 느낀다. 문화가 곧 나를 위로하고, 또 나를 확장시키는 창구임을.
지금 금천구립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나만의 ‘북스피어(Book-sphere)’를 만들어보자. 혹은 가까운 도서관에서 책 한 권을 빌려보자. 이 겨울, 따뜻한 예술의 눈도장을 남기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도서관은 언제나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