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도 우리의 밭이다 – 기후위기 시대, 지속 가능한 바다 농업으로 식량 주권을 지키자
우리가 매일 접하는 생선, 조개, 해조류는 어디에서 왔을까? 해양 생태계는 우리 식량 시스템의 중요한 축임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남획, 플라스틱 오염, 기후변화와 해안 개발로 점점 황폐해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바다의 어획 가능 종의 약 90%가 남획되거나 포식 수준에 가까운 고갈 위기에 처해 있으며, 바다 생물의 50% 이상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상태다(FAO, 2022). 이는 해양이 단지 '자연 풍경'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관리하고 돌봐야 할 '밭'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이러한 전환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반려해변’ 캠페인이다. 서울에서 열린 제3회 반려해변 전국대회는 해양 환경 보호가 정화 활동을 넘어 과학 기반의 식량 안전 체계 확립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졌다. 이 글에서는 과학, 공동체, 정책, 그리고 개인의 행동이 결합된 해양 농업의 미래를 살펴보고, 지속 가능한 먹거리 시스템으로 나아가기 위한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과학적 데이터 기반, 바다를 ‘관리 가능한 자원’으로 전환하다
반려해변 활동은 단순한 쓰레기 수거에서 출발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caresea.app’라는 데이터 분석 기술의 도입으로 시작됐다. 각 해변의 쓰레기 종류와 발생량을 수집‧기록해 유입 경로를 추적하고 지역 맞춤형 정책 수립에 활용하는 구조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 접근은 UNEP와 OECD가 지적한 “지속 가능한 해양자원 관리의 핵심 조건”이며, 해양 쓰레기의 단순 청소가 아니라 문제 해결의 ‘루트’를 드러내는 핵심 도구로 작동한다. 이는 바다를 “과학적으로 재배 가능한 식량 공간”으로 재정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공동체가 만든 변화, 한국 해안에서 시작된 해양 녹색전환
해양 쓰레기의 80% 이상이 육상에서 유입된다는 사실(해양수산부, 2020)은 결국 우리 일상과 소비가 바다를 병들게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려해변 캠페인은 이에 대한 지역 공동체 기반 대응으로, 청소년, 주민, 기업까지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공동의 책임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 환경교육과 기업 ESG 연계 프로젝트는 지역에서 출발해 전국적 파급력을 지니며, 단순한 시민 참여를 구조적 전환으로 확장해낸다.
정책을 바꾸는 시민 과학 – ‘반려해변 데이터맵’이 여는 지속가능한 해양농업
반려해변의 최종 목표는 전국 해변의 쓰레기 데이터를 집약한 ‘반려해변 데이터맵’ 완성이다. 이는 해양 오염 저감, 해양 폐기물 재활용 정책, 지역 어장 보호 등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실제로 2023년도 제주도는 해당 데이터를 참고해 해변별 청소 빈도와 인력 배치를 차별화했고, 어장 부근의 마이크로플라스틱 저감 활동을 실시했다. 이처럼 시민 주도의 과학과 정책 연계는 지속 가능한 ‘바다 농업’이라는 전혀 새로운 농정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시민의 선택, 식탁을 지키는 첫 걸음이 되다
이 모든 이야기가 가능한 이유는 바로 시민의 지속적인 관심 덕분이다. 플라스틱 오염도가 낮은 일본 일부 해변 지역은 환경 인식도 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일본 환경성, 2021). 이는 개인이 ‘참여하다’는 인식만으로도 지역 생태계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증명한다. 환경 실천에 정답은 없다. 가장 중요한 건 시작이다. 로컬푸드 지지, 친환경 포장 제품 선택, 반려해변 캠페인 홍보는 모두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 구축의 단단한 초석이 된다.
함께 지키는 해양자원, 우리의 식탁은 곧 우리의 책임
FAO는 2050년까지 세계 식량의 30% 이상이 바다에서 공급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바다마저 황폐해진다면, 우리는 기후 재난 속에서 더 이상 장보기를 평화롭게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농지가 그렇듯, 바다 또한 관리와 보전 없이 지속 가능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첫 단계는 ‘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데이터 기반 시스템을 통해 바다를 재정의하고, 공동체가 움직이며, 시민이 선택하는 이 순환은 단순한 환경 운동이 아닌 새로운 농업 패러다임의 서막이다.
오늘 우리가 선택하는 식품이 내일의 바다를 결정한다. 로컬푸드 매장에 줄 서는 소비, 반려해변 자원봉사 참여, 친환경 수산물 구매, 그리고 해양 환경 보전을 알리는 공유. 이것이 건강한 식탁을 지키는 가장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길이다.
관련 실천 자료
- 다큐멘터리: 『Seaspiracy』 – 해양 생태계와 인간 활동의 위협 고발
- 도서: 『The Ocean of Life』 by Callum Roberts – 바다 보전의 과학적 근거
- 활동 참여: www.itaseoul.org – 반려해변 연계 봉사 신청 및 캠페인 소식 확인 가능
- 소비 실천: 지역 생협 제품 구매, 공정무역 수산물 선택
바다는 우리가 돌봐야 할 또 하나의 밭이다. 미래의 식량 안보는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