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우리 밥상은 안전한가? – 산업이 먼저 보여준 자원 순환, 농업이 따라가야 할 지속가능성 모델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정말 안전할까요? 기후위기 시대의 도래는 단순히 이상기후나 농산물 가격의 급등락이라는 경제적 문제를 넘어, 우리의 식탁이 환경 파괴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일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속 가능한 농업이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은 더 이상 이론이 아닌 행동으로 이어져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최근 산업계에서 나타난 자원 순환 노력은 농업이 추구할 지속가능성 모델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이 글은 그 사례를 통해 농업과 먹거리 시스템의 구조 전환을 고민하고자 합니다.
산업계가 먼저 보여준 순환경제, 농업은 왜 제자리인가
복잡한 자원 조합과 공정을 가진 전선 제조 산업에서 LS전선은 95% 이상의 자원 재활용률을 달성하며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을 받아냈습니다. 이 성과는 특히 단일 자원이 중심인 농업 부문에서도 자원 순환 시스템이 충분히 구현 가능하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FAO는 농업에 순환경제 요소를 도입할 경우, 전 세계 농업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30%까지 감축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농촌 현장에서는 볏짚 소각, 하우스 비닐 방치, 축산 분뇨 무단투기 등 여전히 환경을 위협하는 농업 폐기물이 방치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 따르면, 매년 600만 톤에 이르는 농업 폐기물 중 절반이 적절히 처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농업 폐기물이 순환 자원으로… 불가능은 아니다
LS전선의 사례는 특히 재활용이 어려운 HDPE, PVC 같은 합성수지 폐기물까지 자원 순환 체계로 통합해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농업에서도 농약병, 멀칭 필름과 같은 폐기물은 재활용 불가로 간주되어 매립되거나 소각되지만, 이는 단지 시스템 부재의 결과일 뿐입니다. 유럽연합은 'EU Green Deal'의 일환으로 ‘지속 가능한 농산업 순환경제 로드맵’을 실행 중이며, 모든 농업 생산 공정에서의 재활용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내 농업은 이러한 국제적 기준에 현격히 미치지 못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농자재가 생산성을 높인다
농업의 지속가능성이 단순히 환경 보호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연구진은 저탄소 농자재를 도입한 농가에서 생산성이 평균 8% 증가하고, 병해충 관리 비용은 12% 감소했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생분해성 멀칭 필름, 저에너지 유기농 자재, 퇴비화 가능한 비닐류 등의 농자재 개발은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여기에 필요한 것은 소비자의 관심과 정책적 지원입니다. 이러한 기술은 단지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현실적인 농가 생존 전략이기도 합니다.
선택은 소비자와 정책의 몫이다
지속 가능한 농업으로의 전환은 농민의 책임만이 아닙니다. 공급망 전반에서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며, 소비자 그리고 행정과 정책 결정 권자의 선택이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로컬푸드 소비 확대는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지역 농업 생태계를 보호하는 대표적인 실천 방안입니다. 또한 환경표시 인증이 된 농산물을 구매하고, 친환경 농업 확대를 위한 정부 정책에 지지를 보이며, 공동체 중심의 먹거리 순환 시스템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리는 산업 분야가 폐기물 매립 제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제 농업도 자원 순환 시스템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단지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먹거리 생태계를 구축하는 문제이며, 우리 모두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입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습니다. 식탁 위에 오를 농산물을 고를 때, 환경 인증 마크를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지역 농산물을 더 자주 이용하고, 친환경 농업을 위한 정책적 목소리에 힘을 보태주세요. 그리고 더 많은 정보를 원한다면, 다큐멘터리 <내일(Tomorrow)>, 책 『토양과 사람』 등을 통해 지금의 농업 시스템 변화를 둘러싼 국제적 흐름을 들여다보길 권합니다.
미래 세대에 건강한 밥상을 물려줄 수 있을지는, 오늘 우리가 무엇을 사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선택은 오늘, 변화를 시작하는 첫 단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