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마음에 서귀포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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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마음에 서귀포가 답이다

향기로 물든 저녁, 마음이 머무는 골목

돌담을 따라 걷다 보면, 흑갈색 차양 아래 감귤향이 새어 나오는 찻집이 있다. 낡은 나무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루 끝 창 너머로 귤빛 노을이 바다에 내려앉는 계절의 끝이 보인다. 주인장은 이곳에서 10년을 버텼고, 그 시간의 결이 잔에 담긴 감귤차로 우리 앞에 온다. 따뜻한 잎사귀 향, 귓가에 닿는 파도 소리, 그리고 불어오는 해풍. 서귀포의 겨울 해질녘은 그렇게 오감으로 기억된다.

이중섭의 거리에서, 시간을 바라보다

노란빛이 깔린 이중섭 거리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간직한 작은 가게들로 이어진다. 화가의 흔적을 좇기보다, 그가 걸었던 그 공기와 빛을 느껴보는 일. 언덕 끝에 서면, 가장 솔직한 서귀포의 얼굴, 바다가 그 너머에서 말을 건다. 그 풍경은 다 말하지 않기에 더 깊다. 지금 우리가 진짜 원하는 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화려한 일정보다, 마음이 듣고 싶은 공간과 시간을 만나는 것. 서귀포는 그 질문을 품은 도시다. 회복의 시작은, 늘 그리운 어느 조용한 오후처럼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