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넘나드는 소설의 실험

You are currently viewing 경계를 넘나드는 소설의 실험
경계를 넘나드는 소설의 실험

‘더 뫼비우스 북’ 완전 해부 – 경계를 반복하며 되묻는 예술과 믿음의 의미

소설인가, 회고록인가, 아니면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또 다른 어떤 것인가? 문학이라는 장르 자체에 ‘어긋남’을 제안해온 캐서린 레이시(Catherine Lacey)의 최신작 『The Möbius Book』은 이 모든 질문을 한 권에 담아낸 실험적 작품이다. 약속된 구조예상 가능한 해석에서 벗어난 이 책은 독자에게 낯선 독서 경험을 제안하며, 우리가 문학과 예술에서 진정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무한 순환의 내러티브 – "뫼비우스의 띠"를 닮은 형식미

이 소설의 가장 탁월한 실험은 명백히 형식에 있다. 책은 양쪽에서 읽기 시작할 수 있으며, 중간 지점에서 허구와 회고록이 서로를 마주보듯 만나게 된다. 이것은 정확히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과 시작이 뒤틀린 채 만나 가까스로 하나의 구조를 형성하는 모습이다. 이야기 구조는 선형에서 벗어나 흘러가며 반복되고, 독자는 방향 감각을 상실한 채 기묘한 몰입에 빠진다. 이러한 형식은 단순한 독창성을 넘어서 삶과 기억, 신념의 중첩성과 불연속성을 시각화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크리스천 신앙의 모순과 예술적 자아 – 믿음은 구원일까, 구속일까?

이 책은 강렬하게 기독교 이미지와 상징을 호출하며, 예술적 자기 탐구와 종교적 갈등을 교차시킨다. 피가 고인 아파트 바닥, 그 색을 떠올리게 하는 마티스(Matisse)의 《The Red Studio》, 그리고 고행과 쾌락의 경계에서 행해지는 결박 의례 등은 자기억제와 해방이라는 모순된 열망을 상징한다. 레이시는 이러한 이미지들을 통해 “믿음과 예술은 모두 고통을 감내하는 구조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시도”라고 말하듯, 인간의 정신 구조를 냉철하게 파고든다.

허구와 현실의 이중 유령 – 반사, 반복, 전이되는 이미지

작중 인물들의 경험과 기억은 서로 다른 내러티브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서로 다른 인물, 장소, 목소리로 전달되지만 본질적으로 같은 서사 조각은 기억의 신뢰성, 서사의 허구성을 강조한다. 죽음을 앞둔 개가 인간의 언어로 고통의 의미를 말하거나, 길에 쓰러진 남자를 돕는 행위가 서로를 반영하는 듯이 나타나는 구조는 'Dog'과 'God'의 철자적 유희마저 뫼비우스적 연결성을 암시한다. 이러한 기법은 WG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를 연상시키며, “기억과 진실은 언제나 재구성될 뿐”이라는 역설을 부각시킨다.

자유와 제약, 그리고 욕망의 불안 – '필요'와 '쾌락' 사이의 서사적 경계

레이시는 이야기 전개를 통해 끊임없이 삶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쾌락 사이의 불안을 조명한다. 허기를 느끼지 않기 위해 스스로 굶고, 쾌락이 아니라 필연으로만 예술을 소비하고자 하는 화자의 태도는 문학 그 자체를 의심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예술이 ‘도움’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상징은 비어 있으면서도 충만하다. 우리는 어쩌면 그런 지렛대 없이는 걷기조차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문장은 예술과 종교라는 인간적 의존성을 섬세하게 관통한다.

이 작품이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우리는 왜 이야기를 듣고, 왜 허구 속에서 진실을 찾으려 하는가? 꼭 필요한 것만이 진실이라면, 예술은 과연 사치일 뿐인가? 레이시는 이 질문에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으며, 독자로 하여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게 만든다. 그리고 그 회귀 자체가 이 책의 진정한 형식이자 주제일지도 모른다.

**

간단히 요약하자면, 『The Möbius Book』은 문학적 감상에 익숙한 독자에게 더욱 깊은 사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작품이다. 다음을 실천해보자:

  • 뫼비우스의 띠를 상징하는 구조를 염두에 둔 상태로 양쪽에서 책을 시작해보자. 회귀적 독서가 감상의 깊이를 확장시킨다.
  • 작중 등장하는 예술 작품, 특히 마티스의 《The Red Studio》를 함께 감상하며 소설 속 상징과 현실 예술의 접점을 살펴볼 것.
  • 기독교 상징과 관련된 고전, 예를 들면 플래너리 오코너나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병행 읽기하며 문학과 종교의 교차점을 확장해볼 것.

이 책은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내면과 예술의 의미를 묻기에, 이보다 적절한 출발점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