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언어를 배우는 첫걸음 – 『떼굴떼굴 너구리 떼구리』에서 읽는 유년의 예술과 문해력의 시작
한 사람의 독서 인생은 때때로 단 한 권의 책으로 열리곤 합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글자를 더듬고, 그림과 문장을 오가며 페이지를 넘기는 그 순간, 독후의 성취감은 아이 안에서 작은 자아의 성장을 일으킵니다. 미래엔 ‘아이세움’이 선보인 창작동화 『떼굴떼굴 너구리 떼구리』는 이런 읽기 독립의 순간을 섬세하게 설계한 동화로, 예비 초등학생과 초등 저학년에게 감정과 언어의 예술성을 동시에 경험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이 그저 한 권의 아동서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글에서는 어린이 독자의 감정 세계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는 『떼굴떼굴 너구리 떼구리』의 서사적 품격, 예술적 요소, 그리고 시대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적 구조를 함께 되짚어봅니다. 동화를 넘어 하나의 예술 콘텐츠로서 이 책이 지닌 가치에 대해 질문을 던져봅니다. “이 책은 아이에게 어떤 감정의 언어를 가르치며, 어떤 사회적 상상력을 열어줄 수 있을까요?”
✦ 첫 독서의 경계, 예술로 디자인되다
『떼굴떼굴 너구리 떼구리』의 가장 큰 강점은 유아기 독자를 위한 문학 디자인의 정교함입니다. 짧은 문장, 반복적 구조, 풍부한 그림으로 구성된 이 책은 아이가 부모의 도움 없이도 ‘완독’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는 단순한 언어 습득을 넘어, 자율성과 성취의 리듬을 몸으로 체득하는 예술적 퍼포먼스와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야기 후반에 배치된 퀴즈, 짧은 이어쓰기 활동은 사고력 확장의 장치로 기능하며, 독후의 여운 그 자체를 학습의 매듭으로 엮습니다. 교육용 도서가 잃기 쉬운 문학과 놀이의 균형을 작품 안에서 훌륭히 구현하고 있습니다.
✦ ‘떼구리’는 누구인가 – 동물 캐릭터에 담은 아이의 내면극
주인공 ‘떼구리’는 단순한 너구리 캐릭터가 아니라 낯선 변화에서 느끼는 유아의 감정 단면을 상징화한 존재입니다. 동생의 탄생, 갑작스러운 이사, 엄마의 관심 변화라는 사건들은 유아기 심리를 파고드는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내가 덜 소중해진 걸까?”, “친구가 내 마음을 몰라주는 건 왜일까?”
이런 감정적 혼란은 결국 갈등과 화해를 거치는 이야기의 여정을 통해 아이가 공감과 반성, 사과와 용서를 학습하게 만듭니다. 한 아동문학 연구자는 이 책에 대해 “심리적 복잡성이 자연스럽게 풀려나며, 유아의 내면을 조심스럽게 껴안는 서사”라고 평했습니다. 이처럼, ‘떼구리’는 우리가 미처 언어로 표현하지 못한 어린 시절의 감정 그 자체입니다.
✦ 문해력 시대, 아이의 첫 문장에 응답하다
최근 교육 담론에서 강조되는 키워드는 단연 ‘문해력’입니다. 단어를 읽는 것을 넘어 의미를 해석하고 감정을 표현하며 사고를 확장하는 역량으로, 이는 평생 학습의 토대가 됩니다. 미래엔 아이세움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스스로 첫 책 읽기’ 시리즈를 시작했으며, 그 출발점이 바로 이 책입니다.
위귀영 출판개발실장이 강조하듯, “읽기의 즐거움을 처음으로 경험했을 때의 기억은 이후의 독서 전체를 좌우한다”는 통찰에서 알 수 있듯, 『떼굴떼굴 너구리 떼구리』는 단순한 스토리텔링을 넘어 하나의 교육적 전략이기도 합니다. 즐겁고 능동적인 첫 독서 경험은 아이가 두 번째, 세 번째 책에 기웃거릴 수 있는 심리적 문턱을 낮춥니다.
✦ 감정 표현도 예술이 된다 – 텍스트와 일러스트의 감성 연결
『떼굴떼굴 너구리 떼구리』는 이야기의 감정선을 담아내는 일러스트레이션의 예술성 또한 인상적입니다. 너구리들의 표정 변화, 배경의 계절감, 그리고 색채의 흐름은 문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시각적으로 감싸며, 아이가 “이건 내 얘기 같아”라는 감정 이입에 도달하도록 합니다.
이처럼 텍스트와 그림의 유기적 통합은 동화를 하나의 ‘종합 예술’로 올려 놓습니다. 아이는 글을 통해 줄거리를 따라가고, 그림을 통해 감정의 결을 읽고, 이것을 통해 자기 감정을 외화시킬 언어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지요.
✦ 요약과 문화 실천 가이드
『떼굴떼굴 너구리 떼구리』는 읽기의 기쁨을 언어, 그림, 스토리 구조를 통해 아이의 수준에 꼭 맞춘 예술적 형식으로 구현한 동화입니다. ‘문해력’, ‘감정 표현’, ‘자기주도’라는 키워드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으며, 감성과 교육이 만나는 지점에서 독특한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라면, 아이의 첫 독서를 함께 설계해보는 것도 하나의 ‘예술적 실천’이 될 수 있겠습니다. 가까운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이 책을 찾아 아이와 함께 읽고, 독후 활동지를 펼쳐 대화를 나누어보세요. 아이의 작은 감정이 말이 되고, 말이 정서가 되는 그 결정적인 순간을 함께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문화 체험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