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캠페인의 허상 지표를 넘어서 – 행동 변화로 이어지는 ‘진짜 성과’ 측정 전략"
디지털 시대, 공공보건 캠페인 또한 ‘성과 기반 관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매년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금연, 비만 예방, 정신건강 증진 등의 캠페인들은 클릭 수, 블로그 조회수, SNS 확산량 등 양적인 수치로 효과를 평가해 왔다. 그러나 과연 이런 지표들이 우리의 건강 문제 해결에 귀속되고 있는가?
"노출 수보다 중요한 건 ‘행동 변화’다." 가장 많이 본 금연 포스터가 실제 흡연율 감소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우리는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을까? 단순 홍보를 넘어, 실제 건강 실천을 유도하는 전환 중심 전략의 도입이 지금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허상 지표를 벗어나 행동 중심으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국민건강증진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1,000만 명 이상에게 전달된 흡연 예방 콘텐츠 캠페인의 이후 실제 금연 시도율은 오히려 정체 상태였다. 이는 ‘도달’과 ‘전환’ 간 괴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는 캠페인 효과를 단순 도달률이 아닌 "구체적 행동 변화(KPI)"를 기준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금연’이라면 ① 금연상담 신청, ② 금연클리닉 방문, ③ 니코틴 패치 수령 등이 바로 ‘의미 있는 전환지표’다.
고용량 메시지 노출이 아니라 ‘한 번이라도 병원에 가보게 만드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콘텐츠 설계가 핵심이다.
‘Heavy Hitter’ 전략이 보건 콘텐츠에도 유효한 이유
국제 컨퍼런스 MozCon에서 소개된 ‘Heavy Hitter Framework’는 전체 콘텐츠 중 20%가 전체 성과의 80%를 만든다는 파레토 법칙을 보건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게 해준다. 즉,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콘텐츠보다는 "정확한 대상군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여 실제 행동으로 이끈 콘텐츠"가 성과를 좌우한다는 뜻이다.
흡연율이 높은 2030 남성층을 예로 들면, 막연한 경고 메시지보다 "흡연이 발기부전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설명한 콘텐츠가 실제 금연 클리닉 이용률을 1.7배 끌어올렸다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내부 자료도 있다.
보건 캠페인의 콘텐츠는 이처럼 고성과 요소를 파악하고, 시스템적으로 템플릿화해 축적 가능한 성과 모델로 전환돼야 한다.
‘묻힌 메시지’를 되살려야 할 때
공공 캠페인 중에는 일회성으로 그치거나 지역 수준에서만 운영된 훌륭한 콘텐츠도 많다. 그러나 성과가 낮다고 방치되는 경우가 다수다. 이때 필요한 것은 ‘리포지셔닝 전략’이다.
예를 들어, 심혈관질환 예방 콘텐츠도 "운동을 합시다"라는 일반적 메시지보다는 "퇴근 후 집에서 할 수 있는 짧은 심장 스트레칭 영상"으로 변환되면 접근성과 실천률이 함께 개선된다.
기존 캠페인 콘텐츠의 제목, 설명, 콜투액션(Call to Action)을 간단히 리디자인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는 놀라울 수 있다. 가족 단위 연결, 지역 건강센터 리소스 연계, 유튜브·네이버TV 등의 플랫폼별 최적화를 통해 낮은 비용 대비 높은 효율의 전환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성과 보고도 행동 중심 KPI로 재정렬하라
선진 복지국가일수록 공공보건 정책의 성과 보고에서 ‘보건 전환율’을 중시한다. 영국 Public Health England 보고서에서도 캠페인 KPIs를 조회수에서 ‘건강 서비스 이용률’ 중심으로 바꾼 뒤, 예산 투입 대비 건강 기대수명 개선 효과가 17% 상승했다고 분석한다.
대한민국도 건강증진사업 평가에 있어 이런 '진짜 효과'를 중심에 둔 데이터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 지역 보건소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민간 병의원이 공유할 수 있는 전환 기반 리포트 체계가 마련돼야 지속 가능한 변화가 기대된다.
진짜 의미 있는 건강 행동,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디지털 캠페인 시대에도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 삶을 바꾸는 정보는 실천을 유도해야 하고, 실천은 반복적으로 지원돼야 한다.
오늘부터 다음을 실천해보자:
- 내가 기억하는 건강 콘텐츠 중, 행동으로 옮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나눠보고 둘 사이 차이를 분석해보기
- 지역 보건소의 건강 프로그램 중 최근 6개월 내 이용률이 높은 것을 확인하고 1회 참여해보기
- SNS에 공유되는 건강 정보 콘텐츠에서 CTA(Call To Action, 행동 유도 문장)가 있는지 주의 깊게 보기
- 가족, 친구와 함께 건강 행동 실천 약속(하루 10분 걷기, 금주일 등)을 정하고 기록 툴(앱 또는 메모지)을 활용해 보라
"지속 가능한 건강 행동은 정확하고 실천 가능한 정보에서 시작된다." 이대로 20년 뒤 우리의 건강 수명은 보장될 수 있을까? 이제는 진짜 변화로 이어지는 '전환 중심 헬스케어 전략'이 절실하다.